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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bel dì vedremo – 푸치니 『나비부인』의 명곡, 기다림의 노래

by liverpudlian 2025. 5. 17.

푸치니의 『나비부인』 속 “Un bel dì vedremo(언젠가 그가 오리라)”는 오페라 역사상 가장 애절한 아리아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 초초상이 사랑했던 남편 핑커톤의 귀환을 꿈꾸며 부르는 이 곡은 희망과 불안, 믿음과 절망이 교차하는 순간을 음악으로 완벽히 그려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아리아가 울려 퍼지는 장면, 이탈리아어 가사와 해석, 음악적 구조, 그리고 문화적 영향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나비부인 공연스틸

어떤 장면인가? – 끝나지 않은 기다림

『나비부인』 2막 초반. 미국 해군 장교 핑커톤은 일본에 주둔하며 나비부인(초초상)과 결혼하지만, 귀국 후 그녀를 잊고 다른 여자와 재혼합니다. 하지만 초초상은 그가 돌아올 것이라 굳게 믿고, 매일 같은 자리에 앉아 그를 기다립니다. “Un bel dì vedremo”는 그녀가 하녀 스즈키에게 자신의 희망을 말하듯이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희망을 말하고 있지만, 음악은 끊임없이 흔들립니다. 그녀의 믿음 속에는 두려움이 있고, 그 두려움 속엔 현실이 스며 있습니다. 그래서 이 아리아는 더 슬프고, 더 아름답습니다.

원문 가사 + 한글 발음 + 번역

Un bel dì vedremo
(운 벨 디 베드레모)
언젠가 아름다운 날, 우리는 보게 될 거예요

Levarsi un fil di fumo
(레바르시 운 필 디 푸모)
항구 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Sull’estremo confin del mare
(술레스뜨레모 콘핀 델 마레)
바다 끝 경계 너머에서요

E poi la nave appare
(에 포이 라 나베 아파레)
그리고 배가 모습을 드러내고

Poi la nave è bianca
(포이 라 나베 에 비안카)
그 배는 하얗고

Entra nel porto
(엔트라 넬 포르토)
항구로 들어오죠

Un uomo, un piccol punto
(운 우오모, 운 피꼴 푼토)
한 사람, 아주 작은 점이

S’avvia sulla collina
(사비아 술라 콜리나)
언덕을 향해 다가옵니다

Chi sarà? Chi sarà?
(키 사라? 키 사라?)
누굴까요? 누굴까요?

E come sarà giunto
(에 코메 사라 준토)
그가 도착하면

Che dirà? Che dirà?
(케 디라? 케 디라?)
무어라 말할까요?

Chiamerà “Butterfly” dalla lontananza
(키아메라 바터플라이 달라 론타난차)
그는 멀리서 나를 “나비부인”이라 부를 거예요

Io senza dar risposta
(이오 센차 다르 리스포스타)
나는 대답하지 않고

Me ne starò nascosta
(메 네 스타로 나스코스타)
숨은 채 가만히 있을 거예요

Un po’ per celia… un po’ per non morire al primo incontro
(운 포 페르 첼리아… 운 포 페르 논 모르리 알 프리모 인콘트로)
장난처럼… 아니면 첫 만남에 죽지 않기 위해

가사 해석 – 희망인가, 망상인가

  • “Un bel dì vedremo”: 가장 아름다운 시작은 가장 슬픈 결말을 예고
  • “Chi sarà?” “Che dirà?”: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 그러나 대답은 없다
  • “Un po’ per celia”: 웃음을 가장한 방어, 감정의 자기 보호

음악 구조 – 고요한 절규의 곡선

  • 느리고 끊어지는 호흡의 선율 (Andante sostenuto)
  • 점진적인 크레셴도 → “Chi sarà?”에서 정점
  • 아리아가 끝날수록 점점 약해지며 감정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음
  • 현악기와 목소리의 교차로 불안정한 내면을 표현

대중문화 속 Un bel dì vedremo

  • 수많은 영화와 광고에서 여성 독백의 상징으로 사용
  • 미렐라 프레니, 안젤라 게오르규, 조수미 등 명가수의 대표곡
  • ‘기다림’이라는 인간 보편의 감정을 음악으로 표현한 명작

희망이 가장 아픈 이유

“Un bel dì vedremo”는 희망이 어떻게 절망보다 더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노래입니다. 초초상의 아리아는 믿음으로 포장된 자기 위안이지만, 관객은 알고 있습니다. 그 믿음의 끝에 기다리고 있는 건 파국이라는 것을. 그래서 이 곡은 아름답고, 잔인하며, 오래 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