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는 처음엔 어렵게 느껴지지만, 한 번 빠지면 빠져나오기 힘든 예술입니다. 소리를 듣는 예술이면서도 감정을 보는 예술이기도 하죠. 사람들은 왜 수백 년 전 작품을, 수십 번씩 반복해 공연되는 이야기를 또 보러 갈까요? 이 글에서는 입문자부터 애호가까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오페라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를 감정, 음악, 무대, 인간의 이야기라는 키워드로 풀어봅니다.
감정의 음악 – 오페라가 울리는 순간
오페라를 좋아하는 사람들 대부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노래 하나에 그냥 무너졌어요.” 단순히 잘 부른 성악이 아니고, 잘 쓰인 멜로디 때문만도 아닙니다. 그건 음악이 인물의 감정을 품고 있기 때문이에요. 푸치니의 ‘Un bel dì vedremo’를 듣다 보면, 기다리는 여인의 절실함이 한 음절, 한 쉼표마다 서려 있고, 베르디의 ‘Addio del passato’를 들으면, 사랑을 포기하며 자신의 생을 정리하는 마음이 선율에 따라 천천히 가라앉습니다. 오페라에서 음악은 감정을 대신 말해줍니다. 배우가 운다고 해서 우리가 우는 게 아닙니다. 음악이 먼저 울고, 그 감정이 파도처럼 우리 마음까지 밀려오기 때문입니다.
극장에서만 가능한 오페라 몰입감
오페라는 귀로만 듣는 예술이 아닙니다. 오케스트라의 떨림, 성악가의 숨결, 무대의 변화, 조명의 움직임이 모두 하나의 리듬처럼 느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것은 영상이나 녹음으로는 절대 전달되지 않는 현장성입니다. 큰 아리아가 터질 때, 무대가 멈추고 관객의 숨이 함께 멎는 그 찰나의 공기—그건 극장 안에 있었던 사람만이 기억하는 감각입니다. 그래서 오페라 애호가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실황으로 한 번 보면 끝났다고. 돌아갈 수 없어.” 라이브가 아닌 오페라는 마치 사진으로 보는 풍경처럼, 어딘가 부족한 법이니까요.
인물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
오페라의 이야기들은 먼 시대, 다른 나라, 상상 속 인물들의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늘 우리의 감정이 있습니다. 사랑을 얻으려 애쓰는 마음,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용기, 믿음이 배신으로 바뀌는 순간, 자존을 지키기 위해 택한 마지막 선택. 『라 보엠』의 미미는 결국 그저 사랑받고 싶었던 사람이고, 『토스카』는 끝까지 자신을 지키려 한 여성이며, 『카르멘』은 자유롭고 싶었던 한 인간의 고백입니다. 오페라는 타인의 이야기 같지만, 그 감정만큼은 내 이야기와 닮아 있습니다. 그래서 관객은 무대 위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왜 애호가는 같은 작품을 반복해 볼까?
음악, 문학, 연기, 무대미술, 조명, 의상… 오페라는 그야말로 예술의 총체입니다. 작곡가의 선율, 대본 작가의 문학적 서사, 연출가의 해석, 무대 디자이너의 공간 감각, 그리고 성악가 한 사람의 목소리가 그 모든 것을 현실로 만듭니다. 그래서 애호가들 사이에서는 ‘회전문 관람’이 흔한 문화입니다. 같은 작품을 회차마다 다른 출연진, 다른 지휘자, 다른 연출로 다시 보는 것이죠. 『라 트라비아타』를 오늘은 안나 네트렙코로, 내일은 에르몬엘라 야오로, 혹은 전통 연출과 현대 무대의 차이를 비교하며 작품을 새롭게 감상합니다. 어떤 관객은 『나비부인』에서 초초상의 마지막 장면만 보려고 네 번이나 같은 공연을 보기도 했고, 또 어떤 관객은 『토스카』의 성악가가 바뀔 때마다 감정선이 달라진다며 세 번 연속 관람했습니다. 오페라는 반복할수록 더 깊어지고, 더 새로워집니다. 좋은 오페라는 단순히 재미있거나 감동적인 수준을 넘어, 예술이 어떻게 사람을 흔드는지를 보여주는 사례가 됩니다.
오페라는 감정과 예술이 가장 진하게 만나는 공간
사람들은 오페라를 보며 운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실은 오페라가 우리 마음속에 이미 있었던 감정을 꺼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페라를 좋아하는 이유는 하나로 정리할 수 없습니다. 누군가는 음악 때문에, 누군가는 배우 때문에, 누군가는 무대 때문에, 그리고 어떤 날은 그저 눈물 한 방울이 필요했기 때문에 극장을 찾기도 합니다. 오페라는 인간이 만들어낸 예술 중 가장 인간다운 예술입니다. 그래서 한 번 빠지면, 다시는 못 빠져나오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