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흔히 ‘천재 음악가’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 수식어만으로는 부족하다. 그는 단순히 멜로디를 잘 만든 사람이 아니라, 오페라를 인간 심리의 연극으로 끌어올린 작곡가다. 당대의 오페라는 신화나 역사 속 인물, 왕과 영웅들의 이야기였다. 그 속의 감정은 ‘비극적 고통’과 ‘영웅적 결단’이었다. 하지만 모차르트는 오페라에 평범한 사람들을 등장시키고, 웃고, 질투하고, 오해하고, 용서하는 이야기로 관객을 울리고 웃겼다. 그가 만든 음악은 아름다움보다 인간다움으로 기억된다. 그것이 바로, 지금도 『피가로의 결혼』이나 『마술피리』 같은 작품이 여전히 관객의 마음을 건드리는 이유다.
천재 신동에서 오페라 혁신가로
1756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태어난 모차르트는 다섯 살부터 작곡을 시작한 ‘음악의 신동’이었다. 아버지 레오폴트의 교육 아래 유럽 전역을 돌며 궁정과 교회 음악을 연주했고, 어릴 적부터 이탈리아 오페라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그는 단순히 유럽의 고전양식을 반복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빈에서의 삶은 불안정했고, 궁정에 적응하지 못한 그는 자유 작곡가로 살아간다. 그 속에서 그는 보다 대중적이면서도 정교한 오페라를 작곡하기 시작했다. 모차르트는 오페라 희극(Opera buffa)과 진지한 오페라 세리아 모두를 작곡했고, 그의 말년은 경제적 고난 속에서도 가장 위대한 오페라 작품들이 탄생한 시기였다. 1791년, 그는 『마술피리』와 『레퀴엠』을 남기고 35세의 짧은 생을 마친다.
웃고 있는 얼굴에 숨겨진 감정의 심연(음악적 특징)
모차르트의 오페라는 멜로디가 아름답고, 앙상블이 조화롭다. 하지만 그 진짜 가치는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정밀도에 있다.
선율: 그의 아리아는 감정을 설명하지 않고, 그 자체로 연기한다. 『피가로의 결혼』에서 백작부인의 “Porgi amor”는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사랑받고 싶다는 무언의 절규다.
앙상블: 모차르트는 대화형 앙상블을 통해 여러 인물의 감정이 동시에 교차하는 장면을 만들어냈다. 여럿이 함께 부르지만, 각자의 감정이 따로 흘러가는 구성은 오페라의 드라마적 완성도를 극대화한다. 특히 『피가로의 결혼』과 『돈 조반니』에서는 5중창, 6중창을 통해 감정의 혼란과 충돌을 음악으로 그려낸다.
인간관계 묘사: 그는 음악을 통해 인물의 성격을 드러낸다. 수잔나는 명확하고 빠른 템포로 당찬 성격을, 케루비노는 불안정한 선율로 사춘기의 요동을, 돈 조반니는 유혹과 도망치는 리듬을 번갈아 쓰며 이중성을 나타낸다. 등장인물마다 고유한 음악 언어가 존재한다.
대표 오페라 3편 – 웃음으로 비틀고, 음악으로 감정을 풀다
『피가로의 결혼』 (1786) – 하인이 귀족보다 똑똑하고, 여자가 남자보다 한 수 앞선다. 계급 풍자와 사랑의 눈치게임이 우아한 음악 속에서 펼쳐진다. 특히 앙상블 구조는 오페라 코미디의 정수이자 드라마적 정밀함의 결정체다.
『돈 조반니』 (1787) – 전설 속 카사노바를 주인공으로 한 도덕극이자 심리극. 주인공은 악당이지만, 그 안엔 허무와 자기기만이 숨겨져 있다. 모차르트는 이 작품에서 희극과 비극을 완벽하게 결합했다.
『마술피리』 (1791) – 모차르트의 유작. 환상과 이념, 남녀 관계, 인생의 도전이 담긴 작품. 익숙한 선율과 판타지적 구조 속에 철학적 상징이 가득하다. 프리메이슨의 이상과 세속 대중의 감성을 동시에 겨냥한 오페라다.
왜 입문자는 모차르트 오페라로 시작해야 할까?
- 선율이 귀에 잘 들어온다 – 처음 듣는 이도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친숙하고 간결하다.
- 스토리가 명확하다 – 감정의 흐름이 음악과 함께 흘러 이해가 쉽다.
- 등장인물이 입체적이다 – 모두가 완벽하지 않아서 더 공감된다.
- 사회적 메시지가 있다 – 풍자, 계급, 진심과 거짓 등 현실을 은유한다.
- 연출이 유연하다 – 시대를 막론하고 재해석할 여지가 많다.
모차르트는 고전 시대의 모든 형식적 미학을 갖췄지만, 그 안에서 인간을 이야기한 작곡가였다. 오페라를 통해 그는 울고 웃고 사랑하고 실수하는 사람들을 보여줬고, 그 감정을 음악으로 ‘연기’했다. 그래서 그의 음악은 언제나 살아 있고, 사람처럼 느껴진다. 그는 교향곡, 피아노 협주곡, 실내악, 종교 음악 등 거의 모든 장르에서 걸작을 남겼지만, 그 중에서도 오페라에서 보여준 인간 묘사와 드라마적 감정 구조는 가장 혁신적이고 독보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 다시 말해, 모차르트는 클래식 전체에서 위대한 작곡가였지만, 오페라에서는 장르 자체의 경계를 바꾼 창조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