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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 lucevan le stelle〉 – 푸치니 『토스카』의 절정 아리아

by liverpudlian 2025. 5. 18.

 

푸치니의 『토스카』에 등장하는 “E lucevan le stelle(별은 빛나건만)”는 죽음을 앞둔 주인공 카바라도씨가 사랑하는 여인 토스카를 떠올리며 부르는 아리아입니다. 이 곡은 오페라 전막 중에서도 가장 절절한 고백이자, 푸치니 특유의 멜로디와 감정의 절정이 담긴 명장면으로 꼽힙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아리아가 등장하는 장면, 이탈리아어 가사 해석, 음악적 구성, 감정 해설, 문화적 파급력을 깊이 있게 살펴봅니다.

 

E lucevan le stelle 악보

어떤 장면인가? – 마지막 순간, 사랑은 남는다

3막. 카바라도씨는 총살형을 앞두고 감옥에 홀로 앉아 있습니다. 그는 과거를 떠올립니다. 별빛 아래에서 토스카를 품에 안고 속삭였던 사랑의 기억. 그 시간은 지나갔고, 남은 것은 죽음뿐입니다. 하지만 그는 절망보다 사랑을 먼저 떠올리고, 그 감정의 파동을 이 아리아에 담아냅니다. 그의 목소리는 처연하지만, 강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속삭이듯 말하는 고백 속에서 관객은 사랑, 그 자체의 힘을 느낍니다.

원문 가사 + 한글 발음 + 번역

E lucevan le stelle
(에 루체반 레 스텔레)
별들은 빛나고 있었고

e olezzava la terra
(에 올레짜바 라 테라)
대지는 향기로 가득했죠

stridea l'uscio dell'orto
(스트리데아 루쇼 델 로르토)
정원의 문은 삐걱 소리를 냈어요

e un passo sfiorava la rena
(에 운 파쏘 스피오라바 라 레나)
발자국이 모래를 스쳐 갔죠

entrava ella, fragrante
(엔트라바 엘라, 프라그란테)
그녀가 들어왔어요, 향기롭게

mi cadea fra le braccia
(미 카데아 프라 레 브라차)
그녀는 내 품에 안겼죠

Oh dolci baci, o languide carezze
(오 돌치 바치, 오 랑귀데 카레쩨)
오, 달콤한 입맞춤이여, 부드러운 애무여

mentr’ io fremente
(멘트리오 프레멘테)
나는 떨고 있었죠

le belle forme disciogliea dai veli
(레 벨레 포르메 디쇼글레아 다이 벨리)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베일에서 풀어내며

svaniva, svaniva
(스바니바, 스바니바)
그 순간들은 사라졌고, 사라졌고

per sempre il sogno mio d’amore
(페르 셈프레 일 소뇨 미오 다모레)
내 사랑의 꿈은 영원히 사라졌습니다

l’ora è fuggita
(로라 에 푸지타)
그 시간은 지나갔어요

e muoio disperato
(에 무오요 디스페라토)
이제 나는 절망 속에 죽어갑니다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에 논 오 아마토 마이 탄토 라 비타!)
그런데 지금처럼 삶을 사랑한 적은 없었어요!

가사 해석 – 가장 절실한 순간의 고백

  •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 죽음을 앞두고 삶에 대한 최고의 고백
  • 과거 회상의 감정 → 현재 절망 → 삶에 대한 열망의 고조
  • 사랑이 기억이 아닌, 존재의 이유가 됨

음악 구조 – 감정을 안으로 끌어당기는 선율

  • 템포: 느리면서도 서정적인 Andante lento
  • 관현악과 보컬이 교차하며 감정의 여백을 만들어냄
  • 고음보다는 중저음 위주의 진행 → 내면적 감정 강조
  • 클라이맥스: “E non ho amato mai tanto la vita!”의 고조된 절규

대중문화 속 E lucevan le stelle

  • 파바로티, 카레라스, 도밍고 모두 이 곡을 대표곡으로 삼음
  • 죽음과 회한을 다룬 영화, 광고, 예능에서 자주 등장
  •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가장 비극적으로 표현한 아리아로 꼽힘

마지막에 도달한 사랑

“E lucevan le stelle”는 단지 이별의 노래가 아닙니다. 이 곡은, 죽음을 마주한 인간이 가장 사랑했던 순간을 기억하며, 그 기억을 안고 세상을 떠나는 고백입니다. 푸치니는 이 아리아를 통해 ‘사랑은 끝났지만, 사랑은 끝나지 않았다’는 시간을 초월한 감정을 음악으로 완성했습니다. 그래서 이 곡은, 가장 조용하고 가장 치명적인 사랑의 노래로 남습니다.